<지극히 개인적인 책 리뷰> 다섯 번째로 리뷰할 책은 한강님의 <채식주의자>입니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가 떠들썩했던 시기에, 제 중학교 동창이 책을 권하면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초판은 2007년 10월에 출판되었으며, 제가 읽은 것은 77쇄로 작년 11월 출판작입니다.
ㅡ 배경 설명
<채식주의자>는 <소년이 온다>와 마찬가지로, 한강님의 대표작입니다. 지난 해 10월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는 김대중 전 대통령님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또한, 한강 작가는 2016년에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의 부커상을 수상한 적 있는데, 그 수상작이 바로 이번에 리뷰할 <채식주의자>입니다.

지난 해 3/4분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이 발발하기도 했을 정도로 국제정세가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NewJeans, Fifty-Fifty 전속 계약 분쟁 및 달씨 전세사기 논란 등 국내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2년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수학계의 노벨상) 수상에 이어, 이번 수상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 단계 상승시킬 정도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수상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는데, 국내외 출판업계 인사 그 누구도 한강 작가의 수상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한 강'이라는 이름이 호명될 때의 전율은 아직까지도 흐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는데, 그 중 김규나 작가는 "한강의 수상은 출반사의 로비에 의해 이루어 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한강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증이라도 하듯, 약 두 달 뒤인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일어났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를 <소년이 온다>를 예로 들며, '1980년대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동적이면서도 끔찍한 이야기'이자,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지를 다룬, 역사적 사실을 아주 특별하게 다룬 작품'으로 소개했습니다.
그래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아야 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의 정치와 민주주의가 45년 동안 퇴보했다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안타까운 사건이면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당위성을 지지하기라도 한 듯한 역사적 사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역시, 세계적인 시선은 늘상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특전사 등 군부대 투입, 그리고 국회 앞 촛불 시위 및 국회의원과 국민들의 대처 등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2016년 제가 대학생이었던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박 전 대통령 퇴진 집회 인원이 적었을 1~3,4차 집회에 참가했었는데, 이후 박 전 대통령이 하야하고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심판에는 법의 심판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국회의원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에리카 체노워스 교수는 1900년부터 2006년까지의 반정부 시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저항 운동의 성공 가능성'을 주창한 적이 있는데, 이 비율을 넘어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벌인 경우 성공적인 정치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을 '3.5% 법칙'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2016년 당시 대한민국의 인구수(5,120만 명)에 3.5%를 곱한 숫자는 약 179만 명인데, 당시 최대 집회 참여 인원은 약 232만 명이고 누적 참여 인원은 약 1,685만 명 이었습니다.)

ㅡ 작품 리뷰
<채식주의자>는 총 3부로 구성된 장편소설입니다. 처음 책을 접하고 목록을 봤을 때, 3부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보고 단편집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각 부가 시간적 순서대로 서술되고 있으며, 시점과 긴밀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면서 읽으시면 좋을 것입니다. 주요 인물 영혜, 인혜, 남편 등이 있으며, 1부부터 차근차근 설명을 써내려가겠습니다.
1부, 채식주의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주요인물인 영혜가 어떻게 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 채식을 하게 되었는 지 배경을 설명하면서 글은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남편과 언니부부 그리고 부모님, 조카들까지 모인 장면에서는 상상해 봤을 때 약간 역할 수도 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다 읽고 느낀 점은 뒤에 이어질 내용은 남편의 시점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였습니다.
2부, 몽고반점
아내가 이야기했던 것이 발화점이 되어 영혜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며, 이 과정 속에서 비디오작업을 하는 예술가로서의 형부의 이성과 본능의 충돌을 장면을 실시간으로 서술하는 내용입니다. 설마 내가 예상했던 장면들이 표현될까?, 하는 생각을 갖고 읽으면 1부와 같은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3부, 나무 불꽃
마찬가지로 3부는 2부와 연결되서 진행되며, 화자의 시점 또한 바뀝니다. 가장 기괴하면서도 내적 충격을 받은 내용은 영혜가 기이한 행동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나타납니다. 그 이유를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려고 해서..'라고, 어떤 대상에 자신을 투영시켜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영혜가 망가지지 않았다면 가장 먼저 무너졌을 것은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ㅡ 가장 감명 받았던 문장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갔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 가게를 꾸려나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큼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녀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1부에서 3부까지 순차적으로 글을 읽어나가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각 부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색채가 워낙 다르기 때문에, 3부는 2부를, 2부는 1부의 내용을 완전히 집어삼킨다는 것입니다. 특히, 3부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러 작품에서 느꼈던 보거나 읽고 나서 느꼈던 찝찝한(?) 감정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정신병원의 삭막함과 특징을 너무나도 잘 그려내면서도, 중환자 혹은 투병환자들을 간호하는 보호자의 심정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한강 작가님이 병간호를 직접 해보지 않았다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디테일이 살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다년간 투병끝에 임종을 맞이하셨던 저의 아버지가 많이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이 들어서, 아빠가 많이 그리워졌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2부, 몽고반점에서 등장인물은 앞쪽에 주황색 '원추리'를 그렸는데, 왜 그랬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원추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원추리 꽃의 모습이 가장 태양의 색과 같은 주황색이여서 그런 것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ㅡ 마무리
문학 작품 리뷰는 처음이라서, 낯설었습니다. 내용적인 부분과 세세한 구성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아직 책을 접하지 않은 분들께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책들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고 생각했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와 당시 사회적인 배경 등 여러 가지 내용들도 많이 채웠다는 것을 알아주시기를 바라면서 이번 리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다시 한 번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기회가 될 때 <소년이 온다> 등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ㅡ 표현 및 용어 정리
1. 메세나 운동 : 기업이나 개인 등이 문화 예술 분야에 후원 또는 지원을 제공하는 활동으로 국내는 1994년 한국메세나협회가 발족하면서 본격화 됨. (합정역에 위치한 <메세나폴리스> 건물이 이러한 운동의 일환으로 (2012년에) 건설 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2. 강퍅(剛愎)하다 : 성격이 굳고 고집이 세며, 융통성이 없다. (강퍅하다는 고집과 융통성 부족을, 괴팍하다는 까다로움과 별남을 묘사)
3. 추체험((追쫓을추 -) : 타인의 체험을 자기의 체험처럼 실감하는 일.
4. 살풍경하다(殺 -) : 몹시 어둡고 삭막하며,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마치 죽은 것과 같은 분위기이다.
5. '퍽 깨끗하다'에서의 '퍽' : 수와 양에 관계없이 보통 정도를 훨씬 넘게 강조하는 뜻으로 '매우', '아주'와 유의어이다.
6. '누선을 건드리다'에서의 '누선' (肋늑골륵, 線줄선, 肋線는 갈비(대)를 의미) : 어떤 상황이나 관계에서 감정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
7. '모로 누웠다'에서의 '모로' : 옆으로, 비껴서, 대각선으로를 의미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에서 '모로'도 같은 의미)
8. 교교하다 (皎밝을 교 -) : 매우 밝고, 빛이 반짝이는 모습
9. '나신 가득 만발한 꽃'에서의 '나신'과 '만발' (裸벗을라身몸신, 滿찰만發필만 -) : 나신은 알몸, 그리고 만발은 무엇인가가 활짝 핀 모양('꽃이 수없이 피어 공간 전체를 뒤덮은 상태'로 개화가 최고조에 이르는 '만개'와는 사소한 차이를 보임)
10. 얼굴께 : 얼굴의 높임말
11. 사금파리 : 사기 그릇의 깨어진 작은 조각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12. 바수어내다 :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잘게 깨뜨리다
13. '값싼 추문'에서의 '추문' (醜더러울 추, 聞들을 문) : 추잡한 소문. 스캔들
14. 양달 : 양지. 볕이 잘 드는 곳
15. 행려 (行旅나그네,군사 려) : 나그네. 순화어는 '떠돌이'
16. 후락하다 (朽썩을 후, 落떨어질 락) : 오래 되어 낡고 썩어서 못 쓰게 되거나 빛깔이 변한 것
ㅡ 추가 내용
원추리가 왜 원추리로 지어졌는지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원추리는 영어로는 Daylily, 학명은 Hemerocallis로 불립니다. Daylily라는 것을 보고 하루백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원추리의 가장 큰 특징이 꽃이 하루만 피고 진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먹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마치 하루살이 같다는 작가의 의도일까요?
국내에서는 보통 5월 하순부터 주변 곳곳에서 개화한다고 하니, 시간 내서 찾아보고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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